[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올해 임기가 끝나는 금융권 협회장들의 차기 하마평이 뜨겁습니다. 최근 협회장 인선에서 KB금융지주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른바 '윤종규 사단'의 등판에 특히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KB금융 출신 OB들 귀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30일 종료됩니다. 은행연합회는 통상 임기 만료 2~3개월 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합니다. 올해 역시 9~10월께 본격적인 인선 레이스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윤종규 전
KB금융(105560) 회장입니다. 윤 전 회장은 지난 2023년 은행연합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유력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최종적으로는 조용병 회장이 선임됐습니다. 윤 전 회장은 최근 금융권 강연과 대외 활동을 늘리면서 다시 한번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윤 전 회장은 KB금융을 이끌며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인수 등을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했습니다. 리딩금융 경쟁 구도를 주도한 금융권 대표 CEO로 평가받고 있으며, 정책 이해도와 업권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윤 전 회장은 퇴임 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 현안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소신 발언을 내놓아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국내 금융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순위권에 오르기 위해서는 개별 회사 노력뿐만 아니라 당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CEO 임기 관련해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허인 전 KB금융 부회장 역시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허 전 부회장은 KB국민은행장을 거쳐 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며 은행업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KB국민은행이 차기 회장 후보로 윤 전 회장이나 허 전 부회장을 추천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이 차기 여신금융협회장으로 확정된 데 이어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가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KB금융 OB들의 귀환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동철 전 부회장과 김 이사장은 모두 윤 전 회장 재임기 주요 비은행 계열사를 이끌었던 인사들인데요. 윤 전 회장이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키우던 시기 카드와 손해보험을 맡았던 경영진이 금융 유관기관 인선에서 다시 등장한 셈입니다.
관료 출신 후보로는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윤 전 행장은 행정고시 27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입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기업은행장을 맡아 중소기업 금융 지원 정책을 이끌었고, 정권교체 이후에도 국무조정실장 후보군으로 거론될 정도로 정책 라인 영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금융권 주요 협회장 자리에 KB금융지주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낙점되면서 '윤종규 사단'의 금융권 귀환에 관심이 쏠린다. 왼쪽부터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현 여신금융협회장 내정자),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현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사진=KB금융지주)
관료 출신 관행 속 민간 전문성 부상
조용병 회장의 뒤를 이어 신한금융에 적을 두고 있는 인사들도 관심이 쏠립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에 선임된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이 거론됩니다. 박 이사는 오랜 기간 은행업계에 몸담으며 국내외 금융시장 경험을 쌓았고, 현재 신한금융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라고 해도 박 전 행장은 은행연합회 총회 등이 있을 때 은행권 주요 현안과 업계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고, 덕망이 있다는 평가를 들은 바 있다"고 전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은행연합회장 인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은행권을 둘러싼 정치권 압박과 사회적 책임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금리 국면에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비판 여론도 여전히 강합니다. 정치권에서는 서민금융 확대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소상공인 지원 등을 은행권에 지속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다른 금융협회장 인선에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연말에는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임기도 잇달아 만료됩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과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의 임기가 각각 오는 12월 종료되는 만큼 보험업권 역시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특히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전통적으로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회장을 맡아온 자리로 꼽힙니다. 김철주 회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이고, 이병래 회장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예탁결제원을 거쳤습니다. 협회장이 회원사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동시에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건의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정책 경험과 당국과의 소통 능력이 핵심 자질로 꼽혀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신협회장 자리에서 민간 인사가 낙점되면서 민간 후보군에 힘이 실린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앞서 여신협회장 후보 공모에서는 그간 금융협회장 자리를 차지해 오던 정통 관료 출신들이 나서지 않았습니다. 관료 출신 인사들이 금융협회와 금융사 요직으로 이동하는 관행을 두고 유착 우려가 제기돼 온 터라 정부도 이번 인선에서는 관료 출신을 전면에 세우는 데 신중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협회장 인선에서는 '관료 대 민간' 구도뿐만 아니라 특정 금융사 출신 간 경쟁 등 다양한 키워드가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협회장 인선에서 관료 출신의 정책 이해도뿐만 아니라 업권별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 수 있고 실무 감각이 있는 협회장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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