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효진 기자] 국회의원 5명 중 1명꼴로 농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축구장 40여개가 넘는 규모입니다. 가장 많은 농지를 소유한 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나타났습니다. 여의도에 발이 묶인 국회의원 특성상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렵습니다. 경자유전 원칙이 흔들리는 가운데 제도 허점과 관리 부실이 맞물리며 이른바 '가짜 농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의원들, 총 130억 상당 농지 소유
6일 <뉴스토마토>가 국회의원 재산 공개 내역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재산이 공개된 국회의원 292명 가운데 62명이 본인 또는 배우자 명의로 농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의 21.23% 수준입니다. 국회의원 5명 중 1명은 농사꾼인 것입니다. 정당 간 차이도 크지 않았습니다. 정당별로 농지를 가진 의원은 △민주당 31명 △국민의힘 29명 △진보당 2명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농지 소유 양상이 엇비슷한 모습입니다.
국회의원이 보유한 전체 농지 면적은 28만9470.86㎡로 나타났습니다. 축구장(7140㎡) 면적 4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시가총액은 128억1436만9000원에 육박했습니다.
가장 넓은 농지를 보유한 인물은 송 원내대표입니다. 총 4만7542㎡, 축구장 약 7배 크기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1만3422㎡는 지난해 상속으로 늘었습니다. 이어 △임호선 민주당 의원 2만8640㎡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1만7236㎡ △이원택 민주당 의원 1만1936㎡ △임미애 민주당 의원 1만833㎡ 순입니다.
국회의원의 농지 사랑은 '경자유전' 원칙 위반 소지가 큽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투기 목적의 농지 소유를 막고 농업 생산 기반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이때 농지는 농지법상 전(밭)과 답(논), 과수원은 물론 실제 농작물 경작지나 다년생 식물 재배지로 이용되는 토지를 뜻합니다.
문제는 '여의도 농사꾼'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빠듯한 국회 회의 일정이 이를 방증합니다. 지난 5일까지 공개된 국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이번 22대 국회에서 본회의는 101회 열렸습니다. 17개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는 총 825회 열렸습니다.
지난 2024년 6월부터 매주 약 9차례 회의가 열린 셈입니다. 특별위원회와 국정조사까지 포함하면 회의 횟수는 더 늘어납니다. 대부분 수도권 외 지역에 농지가 분포한 만큼 서울과 지역을 오가며 경작에 몰두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농가 현실과의 괴리도 큽니다. 지난 2021년 9월 발표된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농가의 51.9%는 농지가 없거나 0.5㏊(약 5000㎡) 이하 규모만을 갖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1인당 평균 농지 보유 면적은 약 4668.88㎡로, 사실상 경작 여력이 없음에도 이들이 보유한 농지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천 남동구의 한 농장에서 농부가 감자를 심기 위해 밭고랑을 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예외 조항·인력 부족에 '유명무실'
공직자의 경자유전 원칙 위반은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지난 윤석열정부에선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인사청문회에서 경자유전 원칙 위반 의혹을 받았습니다.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폈던 문재인정부에선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농지 소유 이력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농지법상 경자유전 원칙의 예외 조항이 많은 데다 이를 조사할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상속한 농지의 경우 1만㎡ 이하의 농지는 농사를 짓지 않아도 처분 의무가 생기지 않습니다. 한 지방자치단체의 농지 담당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규정을 맞춰 농사를 유지해야 하지만 무엇을 심을지까지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정부가 대응에 나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당정협의회에서 농지 전수조사를 예고했습니다. 올해부터 2년에 걸쳐 전국 농지 195만4000㏊(약 195억4000만㎡)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경자유전 원칙 훼손과 가격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입니다. 오는 8월부터 연말까지 심층조사를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수도권 등 '10대 투기 위험군'을 현장 점검해 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방침입니다.
다만 엄격한 전수조사가 농촌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농작 관련 규제가 곧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농작 관련 규제와 함께 농업 진흥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뉴스토마토>에 "건강 등의 이유로 영농이 쉽지 않은 분들이 많다"면서 "이 때문에 지방을 살려보려고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인데, 냉·온탕 정책만 반복된다면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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