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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애경케미칼(161000)이 본업인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공장 가동률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강행하고 있다. 특히 현금성자산 대비 차입금 규모가 7배를 넘어서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하고 있어 과잉투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애경케미칼)
국내 공장가동률 46%에 그쳐…공장 두 곳 중 한 곳은 '스톱'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의 국내 사업장 기준 평균 가동률은 46.1%를 기록했다. 이는 총 127만톤의 생산능력(CAPA)을 갖추고도 실제 생산량은 약 58만톤에 그쳤음을 의미한다. 공장 두 곳 중 한 곳은 멈춰 서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동률 저하는 주력 제품인 가소제와 합성수지 부문의 글로벌 수요 회복이 더딘 탓이다. 가소제는 벽지와 바닥재, 전선 등 건설 및 자동차 내장재에 주로 쓰이는 필수소재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방 산업의 수요가 급감한 상태다. 합성수지 역시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변동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공장 가동률이 바닥을 치고 있음에도 애경케미칼은 CAPEX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지난 2024년 유형자산 취득에 1205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982억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2년 동안 설비 확충과 신사업 인프라 구축에만 22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이다. 이는 지난해 영업적자(102억원)를 기록한 상태에서 재무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가동률이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설비증설이 지속될 경우, 고정비 부담이 상승해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생산설비가 가동되지 않아도 발생하는 감가상각비와 유지관리비 등 고정비는 매출원가를 높여 결국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집행된 설비투자액(982억원)은 같은 기간 발생한 연결 기준 유형자산(436억원)과 무형자산(41억원), 사용권자산(39억원) 등 감가상각비(총 516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규모다. 일반적으로 가동률이 낮은 시기에는 보수적인 투자를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애경케미칼은 기존 자산의 가치 하락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새로운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할 현금창출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애경케미칼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687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무역금융과 어음, 시설대 등으로 구성된 총 차입금 규모는 4993억원에 달한다. 보유한 현금보다 갚아야 할 빚이 7배 이상 많은 상태다.
영업활동현금흐름(279억원)이 대규모 CAPEX와 신규 법인출자(지에이엠코리아, 인도네시아 법인 등)에 따른 현금유출(1224억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회사는 외부 차입에 의존해 재무활동(963억원)을 지속하고 있다. 재무활동 확대에 따라 이자비용 부담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4년 136억원이었던 이자비용은 지난해 말 180억원까지 급증했다.
전기차 캐즘·아라미드 지연…신사업 실효성 '의문'
애경케미칼이 가동률 저하와 재무부담 속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사업구조 전환에 있다. 회사는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벗어나 이차전지 소재와 아라미드 원료(TPC) 등 고부가가치 신사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회사는 이차전지 소재 제조 법인인 지에이엠코리아(GAM)를 출자 설립하고, 인도네시아에 ACI 법인을 신규 편입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우선 지에이엠코리아가 노리고 있는 배터리 소재 시장은 장기화되고 있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업황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후발 주자로 CAPEX를 단행하더라도 실질적인 매출 발생과 수익성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라미드 핵심 원료인 TPC 사업 역시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회사는 TPC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양산설비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제 상업생산과 국내외 주요 아라미드 생산기업(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HS효성첨단소재(298050) 등)과의 가시적인 공급 계약 성과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아라미드 국산화를 위해 강행했던 투자가 실질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현재 업황이 악화된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이익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산 매각도 이어지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최근 오산 하치장 부지 등 89억원 규모의 비유동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고 처분에 나섰다. 대규모 투자금 집행으로 고갈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유휴자산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애경특수도료를 '애경스페셜티'로, 애경중부컨트리클럽을 '광주투자개발'로 사명을 변경하는 등 이미지 쇄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사명 변경이나 소규모 자산 매각과 같은 단기처방보다는 근본적인 사업 효율화와 재무건전성 회복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동률이 46%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추가적인 CAPEX가 과연 적절한 시점에 이뤄지고 있는지, 아니면 실질적인 수요예측 없는 무리한 외형 확장에 불과한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설비투자는 TPC 양산설비 준공 및 하드카본 설비 증설 등 신규 사업의 본격화를 위한 중장기적 투자"라며 "현재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사는 이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투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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