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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고금리와 밸류에이션 부담,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M&A(인수·합병)와 투자 시장의 문법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성장성만을 보고 과감히 베팅하는 거래는 줄어드는 반면, 이제는 현금흐름과 회수 가능성은 물론 지배구조, 엑시트(Exit) 조건, 리스크 배분 방식까지 함께 따져보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세종의 강지원 변호사는 M&A와 PEF(사모펀드) 지분 투자 및 회수 거래를 비롯해 성장기업 투자, 지배구조 정비, 기관투자자 관련 위원회 활동까지 폭넓게 수행해 온 투자 자문 전문가다. <IB토마토>는 강 변호사를 만나 최근 투자시장의 변화와 협상 포인트, 창업자와 투자자 간 갈등 구조, 글로벌 투자 관행의 차이, 그리고 거래를 끝까지 성사시키기 위해 변호사가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강지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종)
다음은 강지원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소개를 부탁한다.
△세종 M&A·기업자문그룹에서 M&A와 PEF 투자 및 회수 거래를 주로 자문하고 있다. M&A는 경영권 인수 거래와 지분 투자 거래로 나뉘는데, 저의 경우 PEF의 지분 투자 및 회수 거래 비중이 가장 크다. 성장기업이나 스타트업 투자도 수행하고 있으며, 투자 이후 지배구조 정비부터 최종 엑시트 단계까지 이어지는 자문을 맡고 있다. 이러한 거래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거래 구조를 설계하고, 규제와 인허가 이슈를 점검하며, 협상 전략을 수립하고, 투자자·회사·재무자문사·회계법인·해외 로컬카운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실무적으로는 계약 작성자라기보다 리스크를 배분하고 조율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최근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 속에서 체감하는 시장 흐름은 어떤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리, 관세, 지정학적 이슈까지 겹쳐 성장성 중심의 공격적 투자는 크게 줄었다. 과거에는 적자 기업도 밸류에이션 상승 기대를 전제로 투자했지만, 현재는 훨씬 신중해졌다. 투자자들은 수익성, 현금흐름, 회수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지부터 본다. 이에 따라 투자 구조도 우선주, 전환권, 상환 구조, 언아웃(Earn-out) 등 하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정교해지고 있다. 결국 지금은 자산보다 구조와 리스크 통제가 더 중요한 시장이다.
-PEF와 VC 투자 계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조건이나 쟁점은 무엇인가.
△투자 조건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지배구조와 엑시트다. PEF·VC는 펀드 만기 내 회수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사회 구성, 동의권, 투자자 보호 조항, Tag-along·Drag-along(동반매도청구권, 동반매도요구권), 상장 조항 등이 핵심이다. 협상이 길어지는 지점도 대부분 엑시트 조건이다. 투자자가 지분 매각 시 동반 매각 권리를 확보하거나, 상장 시기와 조건을 정하는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또 분쟁 발생 시 투자자가 권리를 명확히 행사할 수 있도록 계약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구가 불명확하면 분쟁이 장기화되고 해석 리스크가 커진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변화도 실제 협상 과정에 반영되고 있나.
△협상 테이블에서 갑자기 전혀 다른 논리가 등장한다기보다는, 애초에 투자 자체가 훨씬 선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크다. 예전에는 창업자나 성장성만 보고 투자하던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이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됐다. 그 결과 변호사에게 오는 딜의 수 자체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 다만 살아남은 거래는 더 정교해졌다. 처음에는 일부 자금만 투자하고, 일정 마일스톤이 충족되면 추가 투자하는 구조를 설계한다든가, 회사가 잘 되면 추가 대가를 주는 언아웃 구조를 넣는다든가, 밸류에이션 조정 장치를 두는 방식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또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시장 표준 계약서가 비교적 투자자 친화적으로 작동하는 면도 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빨리 투자를 받아야 하고, 사업 자체를 굴리는 데 집중해야 하다 보니 계약 조건 하나하나를 충분히 협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 상태에서 투자가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계약서에서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채 남게 되고, 이후 회사가 잘되든 잘 안되든 분쟁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강지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종)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 갈등은 주로 어떤 지점에서 발생하나. 또 법률 자문은 어떤 역할을 하나.
△가장 대표적인 갈등은 경영권과 엑시트 시점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발생한다. 창업자는 장기 성장과 경영 자율성을 중요하게 보지만, 투자자는 일정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고 리스크를 통제해야 하므로 우선순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초기 기업은 자금 조달의 긴급성이 높다 보니 창업자가 계약 조건을 충분히 협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면 일부 계약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상황을 균형 있게 풀기보다 투자자 보호 중심으로 설계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시장이 보수적으로 바뀌면서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진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률 자문은 단순히 계약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넘어,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 이해관계를 사전에 조율하고 향후 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핵심은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고, 거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데 있다고 본다.
-기억에 남는 M&A 거래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여러 거래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동부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거래다. 당시 주니어 파트너 시절 수행했던 딜인데, 지금 돌이켜봐도 굉장히 인상 깊은 거래였다. 당시는 단순히 회사를 파는 거래가 아니었다. 그룹 재무 상황 안정화라는 과제가 걸려 있었고, 매도자와 매수자뿐 아니라 주채권은행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동부그룹 입장에서는 좋은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한편으로는 나중에 다시 사올 수 있는 권리까지 고민해야 했기 때문에 협상이 굉장히 길고 치열했다. 그 딜을 하면서 많이 배운 것은, 변호사가 법리만으로 협상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와 태도로 구조를 만들어가고,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세심하게 조율하는 과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체감했다. 좋은 딜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 거래를 통해 만난 금융기관, 회계자문사, 실무진들과 지금까지도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개인적으로는 큰 자산이다. 딜을 잘 마무리하는 것만큼 관계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운 사례였다.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와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투자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가장 큰 차이는 리스크를 보는 방식과 계약서에 담는 밀도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계약서 중심의 권리 보호를 매우 중시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정교한 구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5년 뒤 엑시트 상황에서 실제로 권리를 입증할 수 있는지까지 보고 계약 조항을 설계한다. 계약서를 사후 분쟁에 대비한 설계도로 보는 관점이 강하다. 반면 국내는 과거에는 관계 중심으로 접근하는 면이 일부 있었다. ‘이미 잘 아는 관계인데 설마 나중에 소송까지 가겠느냐’는 식의 인식이 작동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한국 시장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글로벌 PEF들이 한국에서 거래한 지 오래됐고, 시장 변동성도 커졌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도 실사와 계약서 검토를 훨씬 더 보수적이고 촘촘하게 하는 분위기다. 결국 지금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좋은 관계’보다 ‘명확한 구조’가 더 중요해진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투자 과정에서 국내 기업이 특히 유의해야 할 법적 리스크는 무엇인가.
△해외 투자에서는 법률 자체보다 법률이 작동하는 제도와 집행 환경까지 함께 봐야 한다. 같은 계약 조항이라도 어느 국가에서는 잘 작동하고, 어느 국가에서는 실제 집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계약서를 한국식으로 잘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무적으로는 현지 규제, 인허가, 외국인투자 제한, 계약 집행 가능성, 분쟁 해결 방식 등을 사전에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거래를 빨리 종결하려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인데, 해외 투자에서는 계약 체결보다 이후 실제 이행과 집행 가능성을 더 오래 보고 구조를 설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양한 투자·M&A 거래를 자문하며 느낀 공통점이나, 최근 더 중요해진 요소는 무엇인가.
△컬리나 Grab Financial 같은 투자 거래와 대기업 M&A는 겉으로 보면 성격이 많이 달라 보이지만, 결국 공통점은 거래를 움직이는 핵심이 구조라는 점이다. 가격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가격만으로 딜을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떤 권리를 확보할 것인지, 리스크를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엑시트와 분쟁 상황에서 무엇이 작동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단순히 좋은 회사, 좋은 딜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구조가 왜 합리적인지, 어떤 리스크가 있고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를 함께 설명해야 거래가 성립한다. 최근에는 메자닌 투자나 크레딧 투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시장이 불확실할수록 투자자들이 보다 방어적인 구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역시 결국 ‘좋은 회사를 찾는 것’에서 ‘리스크를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로 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거창한 목표를 새롭게 세운다기보다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더 안정적이고 깊이 있게 거래를 리드할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복잡한 거래일수록 구조를 더 명확하게 만들고,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고객이 어떤 이슈가 생겨도 가장 먼저 찾는 변호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M&A 딜만이 아니라 세무, 공정거래, 인사 등 다른 이슈까지도 일단 저에게 먼저 물어보고, 제가 내부 전문가들과 연결해 정리해서 답을 드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변호사라기보다 진짜 자문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신뢰를 바탕으로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고객을 만들고, 어떤 이슈가 생겨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주치의 같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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