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중화통신)월드컵 소외됐다?…"우린 심판 본다"
'에콰도르 대 퀴라소' 경기에 중국인 심판 3인 배정
중국 대표팀은 24년째 본선행 티켓 획득 실패
천문학적 자금 투입에도…'축구굴기' 좌초
2026-06-23 14:07:45 2026-06-23 14:21:03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역사상 999번째 경기였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E조 2차전 '에콰도르 대 퀴라소' 전에 때아닌 중국 축구 팬들의 시선이 모아졌습니다. 이들의 관심 대상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가 아닌 주심 마닝. 중국 축구팀은 24년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월드컵 무대에 오른 마닝 주심의 활약으로 위안을 삼겠다는 겁니다. 
 
지난 22일 중국 <신경보> 지면 1면에는 퀴라소 선수에게 옐로카드는 뽑아 드는 마닝 주심의 사진이 크게 실렸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카드 마스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그의 캐릭터가 명확히 드러나는 모습이었는데요. 이날의 경기에는 마닝 주심뿐 아니라 저우페이 부심, 푸밍 비이오 판독 심판 등 중국 심판진이 3명 배치돼 이번 월드컵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관심 갖는 경기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중국 <신경보> 22일자 지면 1면 모습. (사진=신경보 PDF 캡처)
 
본선 진출팀이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월드컵에서도 본선 진출에는 고배를 마신 중국이었지만, 월드컵을 향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중국의 한 여행사 통계에 따르면, 월드컵 개막일이었던 지난 12일 중국 내 호텔에서 대형 시청각 장비를 갖춘 객실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8~25세 남성, 35~45세 남성의 예약 점유율이 수위를 다퉜습니다. 
 
또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의 실시간 이슈 순위에서도 월드컵과 관련한 토픽이 2~3개씩은 꼭 끼어 있습니다. 한국팀의 경기 결과도 인기 이슈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카드마스터' 마닝, 월드컵 최고 스타 등극
 
특히 이번 월드컵을 향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높인 데에는 마닝 주심의 역할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대기심으로 참여했던 마닝은 이번 월드컵까지 출전하면서 월드컵에 두 차례 참가한 최초의 중국 심판이 됐습니다. 
 
1979년생인 마닝은 체육 교사로 일하다 2011년 국제심판으로 전향을 했는데요. 중국 내 슈퍼리그에서 활동할 때는 한 경기에서 옐로카드 9장과 레드카드 3장을 꺼내 '카드 마스터'라는 유명세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 계정을 개설해 훈련 과정과 대회 준비 과정을 공개했는데, 팔로워는 이내 31만을 돌파했습니다.
 
또한 마닝과 관련한 게시물은 샤오홍슈에서만 수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 중입니다. 수 많은 밈을 양산 중인 마닝은 레노버, 하이센스 등 중국 대기업들의 공식 스폰서십까지 유치하면서 스타 플레이어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 한 거리에 설치된 2026 북중미 월드컵 홍보 조형물. (사진=연합뉴스)
 
중국 축구 팬들이 마닝 주심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이면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번번히 실패한다는 좌절감이 깔려 있습니다. 중국의 마지막 월드컵 본선 출전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마저도 당시 공동 개최국이었던 한국과 일본이 예선에서 자동 제외된 영향이 컸습니다. 본선에서는 코스타리카, 브라질, 터키 등 강팀을 연달아 만나 3전 전패로 탈락했습니다. 3경기에서 한 점도 얻지 못하고 9실점만 했습니다. 
 
이후 이번 월드컵까지 중국은 24년째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습니다. 본선 진출국이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아시아 배정 티켓도 8.5장으로 늘었던 이번 기회도 중국은 3차 예선 조기 탈락으로 날려버렸습니다. 현재 중국의 피파 랭킹은 91위입니다. 
 
'축구광' 시진핑의 축구굴기…성과는 미미
 
14억 인구를 갖고도 월드컵 무대에는 좀처럼 서지 못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며 막대한 자본으로도 스포츠 경쟁력은 쉽게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중국은 월드컵 본선 진출과 월드컵 개최, 월드컵 우승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실현할 '축구 굴기' 프로젝트를 가동한 적이 있습니다. 
 
엄청난 축구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2015년부터 대규모 축구 발전 프로젝트가 시작됐던 것인데요. '중국 축구 개혁 종합 플랜'을 통해 소프트파워를 키우려 했습니다. 남녀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 외에 유소년 축구 저변 확대, 중국 내 축구리그 '슈퍼리그'의 성장 등을 골자로 합니다. 
 
대규모 자본과 정책적 지원이 결합된 축구 굴기는 초기엔 순항하는 듯 보였습니다. 헝다, 완다, 상강 등 대형 부동산·IT 재벌 기업들이 축구단에 수조 원을 투자했고, 유럽 최고 수준의 스타 선수들과 감독들을 영입해 리그 수준을 높이려 했습니다. 이 시기 광저우 헝다가 중국 슈퍼리그 우승은 물론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우승도 차지하며 명문 구단의 반열에 오르는 듯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축구 굴기는 직격탄을 맞습니다. 모기업의 경영 위기는 구단의 연쇄 부도 혹은 해체를 불러왔습니다. 외국인 선수 임금체불까지 맞물리며 리그는 고사 직전으로 내몰렸고, 리그 내 만연한 승부 조작은 몰락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거품이 꺼진 중국 슈퍼리그는 현재 생존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입니다. 자본이 넘치던 시기 외국인 선수 특별 귀화도 추진했지만 월드컵 진출 성적도 신통치 않았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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