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시장, 한국은 '거북이걸음'
환경기업 외형성장 불구 수출은 '뚝'
일본·스위스 등은 글로벌 탄소영토 선점
돈보다 현지 파트너·정보 부족이 장벽
7만 환경기업 ‘해외 판로’ 찾아야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 등 시급"
2026-06-15 17:56:26 2026-06-15 17:56:26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반도체가 벌고 전 산업이 버티는 '외바퀴 수출'을 넘어설 활로 전략이 시급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탄소 규제를 기회로 바꿀 ‘신 수출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세계 각국이 국제 감축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 기후환경산업과 영토 확장에 나선 만큼, 우리도 글로벌 판로 개척을 위한 정책 지원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9월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90% 이상 국내 경쟁만…발 빠른 경쟁국
 
15일 한국환경연구원(KEI)의 분석을 보면, 최근 확정치 통계 기준의 국내 환경산업 사업체 수는 약 7만815개사로 생태계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사업체 중 실제 수출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9.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0% 이상의 기업이 좁은 국내 시장 안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파리협정 제6조의 세부 이행 규칙이 완비되면서 국가 간 이전이 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ITMO)의 경제적 가치는 급등하고 있습니다. 2024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된 국가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국가의 약 78%가 탄소시장을 감축 목표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명시했습니다. 즉, 전 세계 78% 국가들이 외국에 나가 탄소를 줄이는 등 실적을 사오는 국제 감축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겁니다.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국제 절차 대신 두 나라가 1대1로 직접 계약을 맺겠다고 밝힌 양자 협업 제6.2조 활용 국가도 52%에 달합니다. 예컨대 신흥국에 메탄가스 감축 설비를 지어주고 여기서 나오는 탄소 실적을 반반 나누는 식입니다. 이는 전 세계 녹색 인프라 투자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국가 자산 확보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글로벌 탄소 배출권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최소 70억달러에서 최대 35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2050년에는 최대 2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초라한 수준입니다. 현재 한국이 확보해 추진 중인 국제감축 사업은 11건으로 일본(32건), 싱가포르(25건), 스위스(17건)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처럼 경쟁국들이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비결은 민간 투자 리스크를 국가가 전방위로 흡수해 주는 ‘디리스킹(De-risking)’ 제도에 있습니다. 일본은 협력국에 녹색 설비를 투자, 민간 기업의 초기 자본 부담(CAPEX)을 최대 50%까지 보조금으로 선지급합니다. 이는 실패 리스크를 파격적으로 완화해 주는 식입니다.
 
스위스는 민간 재단(Klik)을 통해 해외 탄소 실적 전량의 고정가 매입을 보장합니다. 싱가포르는 해외 실적 확보 시 자국 탄소세를 감면해 주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민간이 모든 초기 리스크를 짊어지고 사업을 성사시킨 후에야 실적을 매입해 주는 사후적·수동적 구조에 머물러 있습니다. 중소·중견기업들로서는 해외 진출의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배경입니다.
 
더 큰 문제는 수출 대상국조차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전통적 협력국에만 쏠려 있다는 점입니다.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동남아 신흥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 고성장 시장으로의 다변화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15일 한국환경연구원(KEI)의 분석을 보면, 최근 확정치 통계 기준의 국내 환경산업 사업체 수는 약 7만815개사로 수출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9.5%에 불과하다.
 
“밀착형 정책 인프라 절실”
 
기후환경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기업들은 '유통 및 파트너 발굴의 어려움(56.9%)'과 '현지 시장 정보 부재(48.9%)'를 꼽고 있습니다. 신흥국의 환경 규제와 기후 특성 속에 어떤 현지 시공·유통업자를 믿고 손을 잡아야 할지 알 수 없어 발을 뺀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단순한 대출 자금 위주의 일차원적 지원을 넘어 신뢰성 있는 현지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정부가 연결해 주는 밀착형 정책 인프라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수출을 추진하지 않은 이유(해외 수출 실적이 없는 기업 대상)로는 64개 중 54개(84.4%)가 ‘해외시장의 불확실성 및 리스크 부담(24.1%)’을 꼽았습니다. ‘자금 부족(20.4%)’, ‘내수 시장 집중(18.5%)’, ‘정보 및 전문인력 부족(18.5%)’ 등도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시 예측하기 어려운 현지 규제 변화, 환율 변동, 정치적 불안정성 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해외 진출 시 초기 시장 조사, 현지 인증 취득, 전시회 참가, 바이어 발굴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자금 부족도 주요 이유로 지목했습니다.
 
수출 계획이 있으나 실적이 없는 수출 준비 단계의 기업들은 시장조사 컨설팅에 대한 필요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출 실적이 있는 기업은 네트워킹(58.4%), R&D(45.3%), 실증(44.5%) 순의 응답을 보였습니다.
 
신동원 KEI 연구위원은 “국내 환경산업은 자원순환과 기후대응이라는 양대 정책 축을 중심으로 외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매출과 고용 모두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10% 미만의 낮은 수출 기업 비율과 내수 중심의 기술 구조는 산업의 장기적인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향후 환경산업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내수 시장에 최적화된 기술을 글로벌 범용성을 갖춘 기술로 전환하기 위한 R&D 지원과 더불어 글로벌 기후대응을 위한 경쟁력 있는 부문의 환경산업 수출 지원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 외에도 기업 성장별 원스톱 컨설팅 제공, 국내 기술 우선 실증의 테스트베드 권한 확보, 사업 초기 설비 투자비 일부 선지원 등 한국형 매칭 펀드, 리스크 보전 전용 수출 보험 제도 정비, 국제 탄소배출권 가격 변동성 대비 정부 사전 고정 가격 매입 등을 제언했습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9월11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소재한 미래기술연구소를 방문해 태양광 패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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