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 기자] 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8·17 전당대회에 앞서 당권 경쟁의 신호탄이란 평가도 나오는데요.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의 8·17 전당대회를 두고 2006년 2·18 열린우리당(우리당) 전당대회가 떠오른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당시에도 당권파와 비당권파 후보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당내 분열이 표면화됐습니다.
전당대회가 끝난 뒤 후유증도 상당했습니다. 정동영 신임 당의장이 취임한 후 3개월 만에 실시된 5·31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은 참패를 당했고, 다음 해 이어진 12·19 대선에서도 대패하면서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했습니다. 민주당엔 전당대회를 당내 분열·갈등 속에 치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선거 패배 뒤 전대 '비슷'…'개혁 대 실용' 구도도 닮아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2006년 2월18일 진행된 우리당 전당대회는 여러모로 8월17일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와 닮았습니다. 일단 시기적으로 봤을 때 선거 이후 4개월 내 전당대회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우리당의 경우, 당시 2004년 총선 이후 실시된 4차례 재·보궐선거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재·보선 과정을 거치면서 152석의 과반 의석도 150석 아래로 붕괴됐습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16곳의 광역단체장 선거 지역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했지만,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뼈아팠습니다.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구도도 비슷합니다. 각 당의 대주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를 대표하는 인물이 각각 도전장을 내밀면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2·18 전당대회 땐 당권파를 대표하는 정동영 후보와 비당권파를 대표하는 김근태 후보가 격돌했습니다. 8·17 민주당 전당대회 역시 당권파인 정청래 대표와 비당권파인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결이 예상됩니다. 다만 2·18 전당대회 때 정동영 후보가 신임 당의장으로 선출됐지만 선거 과정에서 당내 분열상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후폭풍이 일었습니다. 당시 전당대회 득표율도 정동영 48.2% 대 김근태 41.7%로, 당의 분열된 표심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2·18 전당대회에서 나온 후보별 메시지도 '개혁 대 실용' 구도로 나뉘었습니다. 정동영 후보는 실용을 중시한 반면, 김근태 후보는 개혁을 중시하면서 후보들의 입장이 뚜렷하게 엇갈렸습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정청래 대표는 자신이 개혁 완수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고, 김민석 총리는 실용을 내세우며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인사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정 후보는 '자강론'으로, 김 후보는 '연대론'으로 전선이 그어진 것도 민주당의 8·17 전당대회에 나올 주요 이슈와 비슷합니다. 2·18 전당대회 때 우리당과 민주당(구민주당)의 합당이 주요 의제로 오른 것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고민하고 있는 민주당의 상황과 비슷했습니다.
대통령 집권 연차 따라…'당정 분리' '당정 일체' 메시지 달라
두 전당대회의 차이점도 있습니다. 전당대회가 열렸을 당시 정부의 집권 연차가 달랐습니다. 2·18 전당대회는 노무현정부 집권 4년 차에 개최되면서 비교적 '당정 분리'를 주장하는 후보가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정동영·김근태 후보가 꼽힙니다. 반대로 친노(친노무현)계의 대표주자였던 김두관 후보의 경우 '당정 일체'를 내세우며 한 표를 호소했습니다.
8·17 민주당 전당대회의 경우엔 이재명정부 집권 2년 차에 열린다는 점에서 당정 일체에 중점을 둔 후보들이 여럿 있는 상황입니다. 대표적으로 비당권파인 김민석 총리와 송영길 의원이 당정 일체를 통한 국정 운영의 안정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 역시 당정 관계를 둘러싼 논란 속에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려 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 역량으로 월드 클래스의 세계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6·15 남북정상회담 26주년 기념식에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가장 잘 체현하고 있는 피스 메이커라 확신한다"며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습니다. 유럽을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이 정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집권 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내자, 정 대표가 사실상 몸을 낮춘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등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6·10 만세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8 교훈은 분열하면 패배"…민주 전당대회 갈등 '예고'
우리당의 경우, 2·18 전당대회에서 보여준 후보들의 갈등 양상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당내 분열이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전북 단 1곳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쳤습니다. 그야말로 완패였습니다. 우리당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같은 해 열린 7·26, 10·25 재·보선과 2007년 4·25 재·보선에서 단 1곳에서도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해내지 못하면서 연거푸 패배했습니다.
2·18 전당대회 이후 우리당은 선거에서 계속해서 패배했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당내 갈등과 분열이 패배의 단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노무현정부가 휘청거리게 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현재 집권 여당인 민주당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분열의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2006년 당시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이날 <뉴스토마토> 유튜브 방송 '뉴스인사이다'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서 "2·18 전당대회 이후 얻은 큰 교훈 하나는 당이 분열하면 패배한다는 것"이라며 "진보 세력에 뼈아픈 교훈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에도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을 분열로 나아가게 하는 정치 세력은 철저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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