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사실상 합의하면서 세계 경제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연일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는 휴전 합의에 수직 하락했고 주요국 증시는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30원 넘게 급락했고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숨 고르기에도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성장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기관에서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 역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중동발 에너지 위기에 취약한 한국 경제 구조상 2%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룹니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미국과 이란의 휴전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휴전 소식'에 시장 즉각 반응…유가 떨어지고 증시·환율 안정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극적인 휴전 합의에 성공하자 국제유가는 빠른 속도로 하락했습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개장 직후 19%까지 급락하면서 배럴당 91.05달러를 기록,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전날 배럴당 110달러가 넘던 WTI 가격은 하루 만에 20달러 가까이 떨어진 것입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전날만 해도 배럴당 109.27달러에 달하던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최대 16% 하락하면서 91.9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회복했습니다. 두 원유 선물가격이 장중 기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입니다.
휴전 소식에 글로벌 금융시장도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미국 뉴욕 증시의 주요 주가지수 선물은 강세를 보였고, 이란 전쟁 이후 약세를 보여온 금과 은 현물 가격도 소폭 반등했습니다. 비트코인 역시 7만달러 선을 회복했습니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다소 떨어져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91% 내려갔습니다.
국내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377.56포인트(6.87%) 오른 5872.34에 장을 마감했고, 코스닥도 53.12포인트(5.12%) 상승한 1089.85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전날보다 33.6원이나 급락한 1470.6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지난달 11일(1466.5원) 이후 약 한 달 만의 최저치로,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4.3원 내린 1479.9원으로 개장한 후 낙폭을 키웠습니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에 성장 둔화 불가피…멀어지는 '성장률 2%' 달성
하지만 미·이란의 '2주 휴전'에도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입니다. 이미 주요 기관들이 중동 전쟁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잇따르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 수장은 이날 세계 경제 전망치를 낮출 것을 공식 예고했습니다. 실제 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전쟁만 없었다면 올해 3.3%, 내년 3.2%인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할 수 있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내며 오는 14일 발표할 '세계 경제 전망'에서 하향 조정을 시사했습니다.
한국 역시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고환율 파고에 성장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끌어내리면서 정부 목표치인 2% 달성이 어렵다고 내다봅니다. OECD는 지난달 발표한 중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나 낮췄는데, 이는 정부·한국은행(각 2.0%), 한국개발연구원(KDI)·IMF 전망치(각 1.9%)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도 지난 3일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1.9%로 제시했습니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유독 낮아진 것은 우리나라의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점이 이유로 꼽힙니다. 실제 한국은 지난해 기준 석유 70%, 천연가스 20%를 중동에 의존할 만큼 대외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란 분쟁 이후 한국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국가는 없다"고도 진단했습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일단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에서 수입물가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비용 부담 증가로 수출 경쟁력까지 약화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이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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