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닉스' 후폭풍…반도체 매물 폭탄에 증시 급락
코스피 9.99% 급락, 8200대로…올해 네번째 서킷브레이커
SK하이닉스·삼성전자 12%대 동반 급락…시총 514조 증발
마이크론 실적 발표 앞두고 경계감…코스닥도 900선 붕괴
2026-06-23 16:08:30 2026-06-23 16:19:06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코스피가 외국인·기관의 매도 폭탄에 무너지며 9% 넘게 급락,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되는 극심한 패닉 장세를 연출했습니다. '300만닉스' 기대감 속에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서 거센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영향입니다. 여기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불발 전망과 정치권의 미실현 이익 과세 논의까지 겹치며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분석입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급락한 8203.84에 장을 마쳤습니다. 지수는 전장보다 31.01포인트(0.34%) 내린 9083.54로 출발했으나 낙폭을 키우며 9000선은 물론 오전 중 8700선을 단숨에 내줬습니다. 오전 11시40분에는 코스피200 선물 급락으로 매도 사이드카가 각각 발동, 오후 2시33분에는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8.07% 하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올해 들어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3월4일·9일, 6월8일에 이어 네번째로,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네 차례나 발동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약세 출발한 코스닥도 76.88포인트(7.94%) 내린 891.52로 장을 마감하며 900선마저 내줬습니다.
 
이날 폭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였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1203억원, 기관은 4조5490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8조5795억원 규모 매물을 받아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이 6월 말 자산 배분 리밸런싱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국내 주식 목표 비중(20.8%)을 맞추기 위해 약 60조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반도체 대형주였습니다. 전날 보통주 기준 시가총액 1위에 올라 '300만닉스' 기대감을 키웠던 SK하이닉스(000660)는 하루 만에 12.47% 급락해 255만5000원으로 밀렸습니다. 삼성전자(005930)도 12.31% 하락한 31만30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하루 만에 시총 1위 자리를 다시 탈환했습니다. 반도체 투톱 시가총액은 전일(합산 4147조원)보다 514조원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한미반도체(042700)(-14.43%), DB하이텍(000990)(-13.16%) 등 관련 종목도 일제히 내렸습니다.
 
여기에 간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투자 비용 부담 우려가 재부각되며 빅테크 기업들이 약세를 보이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연준의 연내 세 차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 점, 24일 발표될 MSCI 선진국 지수 관찰대상국 등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정치권의 미실현 이익 포괄 과세 논의 등 대내외 악재가 투자심리를 추가로 압박했습니다.
 
증권가는 최근 반도체주로 지나치게 집중됐던 수급이 되돌려지는 과정으로 해석합니다. 최근 수개월간 코스피 상승세 상당 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해 주도된 만큼 차익실현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됐다는 설명입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 미국 10년물 금리, 달러 등 매크로 지표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미뤄보면 휴전 협상 결렬이나 연준 긴축 경계심리 같은 외부 악재 충격은 아닌 듯하다"며 "전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 시가총액 1위 쟁탈전 과정에서 쏠림 현상이 극에 달했던 만큼 외국인 중심의 차익실현 압력이 더 거세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주도주에서 나온 매도 물량이 매수 기반이 취약해진 다른 업종과 코스닥의 주가 하방 압력까지 도미노처럼 키운 모양새"라며 "펀더멘털 악재는 아니기에 매도 동참보다는 관망이 현실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온 국내 반도체 대형주들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외국인 중심의 거센 매도세가 급격하게 유입되며 장중 변동성을 크게 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현지시간 24일로 예정된 마이크론 실적 발표에 대한 경계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당분간 장중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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