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전국 교정시설 평균 수용률이 125.8%(2025년 기준)에 달하는 등 과밀 수용이 만성화되자, 법무부가 교정본부를 외청인 '교정청'으로 분리·독립시키는 방안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독자적인 조직·예산 권한을 갖는 교정청을 통해 인력난과 예산 부족 문제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입니다.
지난 17일 충청북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법무부 일일 수용자 체험이 진행됐다. (사진=법무부 제공)
지난 17일 <뉴스토마토>는 충청북도 청주시에 위치한 청주여자교도소를 방문해 법무부의 일일 수용자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1989년 개소해 2003년 현재 위치로 이전한 청주여자교도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여성 수형자만 전담하는 시설입니다. 무기수와 20년 이상 장기 수형자도 다수 수용하고 있습니다.
체험단이 이날 들어간 공간은 16.62㎡(약 5평) 남짓한 방이었습니다. 통상 5명이 지내는 곳이지만, 수용자가 넘쳐날 경우 많게는 8~9명까지 들어차는 자치수용거실이었습니다. 해가 중천에 뜨기 전 입소한 터라 처음에는 더위를 그다지 느끼지 못했지만, 방 안에 설치된 선풍기가 꺼지자마자 등줄기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방 안에 놓인 선풍기는 단 두 대로, 50분 가동에 10분 정지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땀이 채 식기도 전에 다시 더위가 올라왔습니다.
과밀 수용으로 비좁은 공간에서 지내는 수용자들은 더운 여름철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교정 관계자 A씨는 "과밀 수용으로 방 안에 수용자들이 꽉 차 있고, 특히 여름엔 예민하게 날이 서 있어 그 짜증이 365일 24시간 붙어 있는 교도관에게로 향한다"면서 "여름은 타 계절에 비해 소란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관계자 B씨는 "그나마 청주여자교도소는 교정시설 중에서는 신설 축에 속해서 시설이라도 나은 편인데, 시설이 낙후된 교도소들은 환기도 잘 안 된다"면서 "정말 사람 비린내가 난다. 재소자들끼리 다투기라도 하면 적은 인력의 교도관들이 감내하기 힘들 때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7일 충청북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진행된 수용자 체험 행사 중 재소자 난동 제압 훈련 시연 장면. (사진=법무부 제공)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수형 생활은 자유를 박탈하는 형이다. 사회에 그만큼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당연히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면서도 "교정기관은 수형자들이 일정 기간이 지나 출소했을 때 제대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수치로도 교정 현장의 한계는 뚜렷합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수용자 수는 2021년 5만2368명에서 2025년 6만3680명으로 5년 새 약 21.6% 늘었지만, 시설 확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국 교정시설 54곳 중 35곳이 준공 25년 이상된 노후 시설에 해당합니다.
인력 문제도 심각합니다. 전국 54개 교정시설에는 교정공무원 1만6817명이 근무 중이지만, 국가직 공무원의 5급 이상 평균 비율(14.7%)과 비교해 교정직의 5급 이상 비율은 5분의 1 수준인 3.2%에 불과합니다. 승진 적체가 만성화한 데다, 직업훈련·치료·사회 복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절대 인력 자체도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특히 최근 마약 사범과 정신질환자 등 전문 치료가 필요한 수용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담당할 전문의 등 의료 인력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수용자는 2016년 3296명에서 2025년 6345명으로 1.9배, 마약사범은 같은 기간 2.1배 늘었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는 전국 교도소에 단 3명입니다. 진주교도소 1명, 동부구치소 2명(원격진료) 등입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지난 17일 충청북도 청주여자교도소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법무부가 이 같은 현실을 풀어갈 실마리로 꺼낸 카드가 바로 '교정청' 신설입니다. 교정청이 출범하면 법무부 산하 '교정본부'라는 1개 본부 단위에서 벗어나, 예산·인사·조직·시설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됩니다. 이어 수용 관련 각종 정책은 교정청 산하 수용정책국이, 출소자 사회 복귀는 사회복귀정책국이, 의료·중독 치료는 치료재활정책국이 각각 전담하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조직 개편과 함께 교정병원·교정연수원 설립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교정병원은 보안·격리가 가능한 의료 환경에서 수용자 전담 치료·재활을 담당하고, 교정연수원은 전문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을 맡는 구조입니다. 현재 서울·대구·대전·광주 4곳인 지방교정청도 수원·부산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마약·정신질환자·노인·외국인 등 특성별 전담 교도소도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입니다. △1단계(~2027년) 마약 전담 시설 운영 △2단계(2028~2030년) 외국인 전담 시설 확대 △3단계(2031~2033년) 노인 전담 시설 도입 △4단계(2034년~) 이상동기·정신질환자 전담 시설 확대 순입니다
다만 교정청 신설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82년 대통령 지시 사항으로 처음 검토된 이후 1994년 행정쇄신위원회, 1999년 정부경영진단조정위원회 등을 거치며 여러 차례 제안됐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국회에서도 2005년부터 꾸준히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2017·2020년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이 바로 정성호 장관 본인입니다. 교정청 설립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추진해 온 오랜 입법 구상이기도 합니다. 40년 넘게 논의만 거듭된 사안인 만큼, 이번에도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와의 협의가 최대 변수가 될지 주목됩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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