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괜히 일찍 열었다"…월드컵 특수, 광화문 상권 '희비교차'
광장은 축제·골목은 한산…월드컵 열기에도 '온도차'
2026-06-12 16:12:33 2026-06-12 16:12:33
[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12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린 가운데 붉은 유니폼을 입은 시민의 함성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거리응원에 나선 인파가 몰리면서 인근 상인들도 일찍 문을 열고 손님 맞이에 나섰는데요. 특히 치킨집과 편의점 등 일부 업종은 문정성시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상인들의 기대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 소상공인은 "괜히 일찍 열었다"며 아쉬움 가득한 마음을 드러냈습니다. 4년 만에 찾아온 월드컵 열기 속에서도 상권별로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시민 모습 (사진=이혜지 기자)
 
바로 옆 상권은 '만석'
 
경기 시작 한 시간 전. 광화문 역사 안에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시민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습니다.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은 시민이 모여 출구를 향했고, 행사 관계자들은 응원전 안내판을 들고 동선을 안내하느라 분주했습니다. 광화문광장에는 출근 시간대임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습니다.
 
대부분 월차나 연차를 내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첫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이들이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삼삼오오 광장에 모여 응원 열기를 더했습니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명이 광장을 찾아 광장을 찾아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광화문 인근 한 치킨집에서 월드컵 한국·체코전을 시청하는 손님들 (사진=이혜지 기자)
 
광장 곳곳에 마련된 행사 부스도 시민으로 붐볐습니다. KT와 한국스포츠레저 등이 운영한 부스에서는 선캡과 쿨팩 등 거리응원 용품을 나눠줬고, 대표팀 선수단 등신대가 설치된 포토존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월드컵 경기가 평일 오전 시간대에 열렸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며 광화문 일대는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광장 바로 옆 상권도 들썩였습니다. 더운 날씨 탓에 광화문 광장 인근 치킨집, 카페, 편의점 등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TV 중계를 하는 매장들은 손님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광장 주변 치킨집 점주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손님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광화문 한 편의점에서 대표팀 응원과 물, 얼음컵 판매 문구를 게시한 모습 (사진=이혜지 기자)
 
일부 치킨집은 월드컵 개막 전부터 특수를 기대하며 보름 전부터 단체 예약을 받았습니다. 이미 다음 대표팀 경기 일정까지 예약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였습니다. 84석 규모의 한 치킨 매장도 경기 당일에는 만석이 됐는데요. '축구 경기엔 치킨'이라는 소비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월드컵 응원 수요가 매출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다만 낮 시간대라 대부분 손님은 술보다는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보는 일에 치중했습니다. 치킨집 사장 A씨는 "매출은 많지 않은데 바쁜 날"이라며 "술도 안 먹고 손님이 한번에 다 들어온다. 특수는 아니고 그냥 바쁜 날"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치킨집 사장 B씨는 "한국 경기 일에만 오전에 오픈한다"며 "손님들이 술을 마시면 감사한데 회사로 복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술 매출은 거의 없어서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한산한 광화문 식당가 거리 (사진=이혜지 기자)
 
광장 열기과 뚜렷한 '대비'
 
편의점들은 더운 날씨 덕에 찬 음료와 얼음컵 판매 증가에 따른 매출 상승을 기대했습니다. 편의점 점주 C씨는 "사람이 많이 다니니까 매출이 조금 오를 것 같다"며 "맥주나 음료수 얼음컵 같은 게 많이 팔렸다"고 답했습니다. 셔츠 차림의 직장인들도 점심시간에 맞춰 TV 중계가 가능한 식당을 찾아 경기를 시청하며 식사했습니다.
 
인근 카페 역시 많은 손님이 몰렸습니다. 더운 날씨 탓에 줄은 밖까지 이어졌습니다. 일부 손님들은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며 휴대전화로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월드컵을 온라인 단독 생중계하는 네이버 치지직에 따르면 이날 대한민국·체코 경기에서 온라인 시청 동시접속자 482만 명(같이보기 접속자 합산 수치)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치킨집과 일부 카페를 제외하고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반면 광화문광장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월드컵 특수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권이 적지 않았습니다. 한 한식 매장 사장 D씨는 "월드컵이라 해서 미리 식당을 열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며 웃었지만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그는 "치킨집같은 곳으로 사람이 몰려 평소보다 없는 느낌이다"라고 전했습니다. 
 
월드컵 경기 진행 중에도 매장 안에 손님이 없는 한 가게 (사진=이혜지 기자)
 
손님 없이 문을 연 채 시간을 보내는 가게도 눈에 띄었습니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만 붐비는 평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매장 사장 E씨는 "오히려 한산하다. 괜히 일찍 열었다"며 "평소 자주 오던 단골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광장 안의 열기와 골목 안의 적막함은 뚜렷한 대조를 이뤘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응원을 위해 모였던 사람들은 금세 흩어졌습니다. 월드컵 열기 속에서도 상권별로 엇갈린 희비는 이날 광화문의 또 다른 풍경으로 남았습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경기가 낮에 해서 그렇다"며 "과거에는 생업을 포기하고 다 같이 보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제는 바뀐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요즘에는 개인주의가 많아져 혼자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특수가 없었던 것 같다"며 "경기 시간은 짧은데 회전율도 좋지 않아서 그렇다"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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