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디지털자산 전문 매체 <디지털애셋>에서 작성했습니다.
[디지털애셋 박범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은 디지털자산의 수도”라고 선언했습니다. 2025년 1월 취임 당시 “미국을 디지털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1년5개월 만에 목표를 이뤘다는 걸 명시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둘러싼 여러 정치적 논란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디지털자산시장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사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여 시장의 점유율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적 분야들은 큰 틀에서 ▲BTC(비트코인) ▲스테이블코인 ▲무기한선물 및 예측시장으로 나뉩니다.
디지털자산 정책에 매우 적극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미지=챗GTP)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첫번째 전략은 미국으로 대규모 비트코인 수요를 끌어오는 것입니다. 미국은 정부와 함께 자산운용사, 상장사 등 기업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의 보유량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이 세 주체가 보유한 비트코인은 약 298만개로, 현재 비트코인 유통량의 15%에 달합니다.
먼저 미국 정부는 32만9693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물량엔 다크웹 마켓플레이스 실크로드 마약 사건과 캄보디아 범죄조직 프린스그룹 사건에서 압수한 물량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보유한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전략적 비축자산으로 모으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입니다. 트럼프는 지난해 3월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을 전략적 국가 자산으로 비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매각하지 않고 추가 매입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권한을 재무부 등에 주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의회도 이런 정책 기조에 맞춰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상원에선 지난해 3월 비트코인 100만개를 매입해 금과 같은 수준의 준비자산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비트코인법안(BICOIN Act)이 발의됐습니다. 지난 5월 하원에서는 연간 매입 의무화 대신 재량 권한이 포함된 내용의 알마법안(ARMA Act)이 발의됐습니다.
또다른 축은 자산운용사와 기업들입니다. 더블록에 따르면, 블랙록 등 미국의 11개 자산운용사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176만개가량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트레저리스닷넷에 따르면, 비트코인 대규모 보유 상장사 100곳 중 미국 기업은 42곳으로, 총 보유량은 89만2557개입니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와 스페이스X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국채 수요로 달러 패권 유지
두번째 전략은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으며 부상한 이유는 국채 때문입니다. 한때 미 국채의 주요 매입국이었던 중국은 2013년부터 무역전쟁 등을 이유로 보유량을 줄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량은 2013년 약 1조3170억달러(약 2025조원, 1위)였다가 2026년 3월 기준 약 6520억달러(약 1003조원, 3위)로 절반가량이 줄었습니다.
국채 수요 감소는 재정부담 증가와 달러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미 정부는 새로운 수요를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 눈에 띈 게 바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의 99%는 달러 기반입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수익 창출을 위해 준비자산을 미 단기 국채로 보유 중입니다. 디지털자산시장 규모가 커지며 스테이블코인 규모도 커졌고 발행사들이 보유한 국채 규모도 늘었습니다.
지난해 말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USDT(테더) 발행사 테더의 미 국채 보유량은 약 1410억달러(약 217조원), 2위인 USDC 발행사 서클의 보유량은 약 680억달러(약 105조원)입니다. 양사의 보유량을 합치면 전세계 10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입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해 6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번성하면 민간 부문에서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창출될 것이고, 이 같은 새로운 수요는 정부의 차입 비용을 낮추고 국가 부채를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수요 창출을 위한 미 정부의 제도화 움직임도 신속했습니다.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 지니어스법을 발의해 빠르게 입법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법은 ▲준비금 자산 보유 의무화 ▲연방·주 이원화 라이선스 도입 ▲비은행 발행사도 연방 감독 대상 포함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은 지난해 6월 상원을 통과, 7월 트럼프 서명으로 제정됐습니다. 트럼프는 서명식에서 “지니어스법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규제를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도박 아닌 새 금융상품으로
마지막 전략은 무기한선물과 예측시장입니다. 무기한선물과 예측시장은 규제가 불명확해 역외에서 주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로 편입해 기존 금융상품 체계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기한선물이란 전통금융과 달리 만기가 없는 선물로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 게 특징입니다. 이전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 상품을 일종의 스왑계약으로 보고 소송을 제기하며 강경 기조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선 무기한선물을 기존 선물과 똑같이 취급해서 상품거래법에 편입하려는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CFTC는 칼시,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미국 기업들의 무기한선물 상품을 승인했습니다.
예측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측시장이란 정치 등 특정 사건의 결과를 예측해 디지털자산 등 금전을 거는 시장을 뜻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상품거래법에 따라 ‘이벤트계약’으로 분류했던 이 시장을 더 구체적으로 규정해 기존 상품규제로 편입하려고 움직이는 중입니다. CFTC는 윤리적 문제나 이해충돌 소지가 있던 전쟁·테러 등 공익에 반하는 주제에 대해서만 금지하도록 하는 규제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만 내부 반발도 있습니다. 시장 잠식을 우려하고 있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지난 18일 CFTC가 무기한선물의 출시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 “자의적인 결정”이라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CFTC는 미국 여러 주 정부들이 예측시장 플랫폼을 상대로 도박 규제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도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개리 겐슬러(전 SEC 위원장) 등 반디지털자산 세력이 무기한선물을 해외로 몰아냈지만, 내가 구해냈다”며 규제 편입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바 있습니다. 마이클 셀리그 CFTC 위원장도 “무기한선물 관련 규제는 과도한 레버리지와 변동성을 제한해 위험성을 낮추고, (자금이) 해외 시장으로 유출되는 걸 막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박범수 기자 cmsbumsu@digitalasset.works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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