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지 기자] 달걀과 닭고기 등 주요 먹거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본격적인 폭염과 장마까지 예고되면서 물가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달걀·금닭고기…보양식 수요까지 겹쳐 가격 급등
22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특란 10구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5222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786원)보다 38.6%, 전달(4476원)보다 16.7% 오른 수준입니다.
특히 특란 10구의 월평균 소비자 가격이 5000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입니다. 달걀 가격은 올해 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는 연일 5000원대를 기록하며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습니다.
5월 주요 품목 소비자물가지수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닭고기 가격 상승세도 뚜렷합니다. 이달 육계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당 665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4% 상승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5000원대 후반 수준이었지만 3월 이후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6000원대 중반까지 올라섰습니다.
달걀과 닭고기 가격이 동반 상승한 배경에는 공급 감소와 수요 확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로 산란계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달걀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더위로 삼계탕 등 보양식 수요가 증가한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힙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 삼계탕 1인분 평균 가격은 올해 들어 1만8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부 도심 상권에서는 2만원 안팎에 판매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외식 물가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가격 상승은 축산물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습니다. 채소와 과일, 수산물 등 주요 먹거리 전반에서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배추 한 포기는 374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했습니다. 외식업체와 가정에서 소비가 많은 상추도 100g당 평균 소매가격이 1000원 선을 넘어섰습니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달 수박 한 통 평균 소매가격은 2만4292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9% 높아졌습니다. 기온 상승에 따른 생육 환경 변화와 출하량 변동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수산물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등어는 수입산 염장 기준 1손당 소매가격이 이달 1만803원으로 1년 전보다 26.5% 뛰었습니다. 주요 먹거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한층 커지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식탁에 자주 오르는 품목들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소비자 체감물가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달걀은 제과·제빵과 가공식품, 외식 메뉴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가격 상승 영향이 관련 제품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채소·과일·수산물까지 상승…"폭염 변수 남았다"
업계가 주목하는 변수는 앞으로의 '날씨'입니다. 본격적인 폭염과 장마가 시작되면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시민이 배추를 고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 6월 중순 서울의 평균 기온은 22도 안팎, 최고기온은 27~28도 수준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30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온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농작물 생육 부진과 병해충 확산, 가축 폐사 등이 발생해 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는 채소류 출하량 감소와 과일 품질 저하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농경지 침수와 시설 피해까지 발생할 경우 수급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018년 폭염과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당시에도 일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히트플레이션'으로 설명합니다. 기온 상승과 이상기후가 생산량 감소와 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현상입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환경 문제가 아니라 먹거리 물가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여름철 농축산물 수급 안정 대책반을 운영하며 주요 품목의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 역시 정부 비축 수산물 공급 확대와 양식장 고수온 대응 지원 등을 통해 수산물 수급 안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먹거리 가격 상승이 일시적 수급 불안을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닭고기 가격 상승에는 조류인플루엔자 영향도 있지만 기온 상승으로 인한 사육 비용 증가 역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며 "폭염이 지속되면 냉방과 환기 등 가축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결국 생산비와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농작물 역시 기온이 오를수록 생육 관리와 병해충 방제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 비용 상승이 누적되면 농축산물 가격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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