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정부의 정책금융 공급 규모가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를 수행하는 국책은행들의 자본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 확대는 산업 육성,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수출·해외사업 지원, 주택금융 등 실물경제와 민생을 뒷받침하는 핵심 수단이지만, 공급 규모가 커질수록 국책은행의 부채와 위험가중자산도 함께 늘어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발간된 '2026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적힌 지난해 말 기준 17개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잔액은 2025조5000억원입니다. 이는 전년보다 51조20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정책금융 잔액이 2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입니다.
정책금융 확대와 함께 이를 수행하는 국책은행의 재무 규모도 커졌습니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의 총부채는 907조1357억원으로 집계돼 처음으로 9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예정처는 주택금융과 중소기업 지원 확대가 정책금융 잔액 증가를 주도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주택담보대출 관련 보증대지급금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사채 발행을 확대하면서 부채가 전년보다 3조7000억원 증가했습니다. 특히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출 공급 확대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며 총부채가 전년보다 25조8000억원 증가해 국책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의 총부채가 463조원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산업은행 335조원, 수출입은행 108조원 순이었습니다. 정책금융 수요가 늘어날수록 국책은행이 조달해야 하는 자금 규모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예정처는 정책금융 확대에 따른 국책은행의 건전성 관리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정책금융 규모가 커질수록 대출·보증 등 위험가중자산도 함께 증가하는 만큼, 자본 확충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건전성 지표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의 평균 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은 15.58%로 집계됐습니다. 감독당국 규제 수준은 웃돌았지만 시중은행 평균인 15.83%보다는 낮았습니다.
국책은행들은 바젤Ⅲ 최종안 조기 도입에 따라 일부 위험가중자산 산정 기준에서 완화된 규제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자본 적정성은 시중은행 평균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예정처는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가 소홀해질 경우 향후 경기 악화나 부실 증가 시 정부의 추가 자본 확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 지원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금융공공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는 115조801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산업은행은 10조8864억원, 수출입은행은 5조6183억원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반면 수익성은 개선됐습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9조7026억원으로 전년 대비 66.1% 증가했습니다. 산업은행은 5조2296억원, 수출입은행은 1조7542억원, 기업은행은 2조71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호실적이 자본 여력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정책금융 공급 확대 속도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자본 확충 논의는 별도로 필요하다는 게 예정처의 판단입니다.
국책은행들은 주요 건전성 지표가 감독당국 규제 수준을 충분히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책금융기관은 수익성보다 정책 수행을 우선하는 기관인 만큼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주요 건전성 지표는 감독당국 규제 수준을 충분히 상회하고 있으며 재무건전성 관리는 은행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예정처가 자본 확충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국책은행의 건전성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기보다 정책금융 수행에 필요한 자본 확충을 정부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국책은행의 보증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의 보증 잔액은 2020년 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9000억원으로 63.9% 증가했습니다. 산업은행도 같은 기간 8조3000억원에서 15조6000억원으로 88.0% 늘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보증 잔액 역시 2020년 28조원에서 지난해 51조2000억원으로 82.9% 증가했습니다. 정책금융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책은행의 정책 역할 확대와 이에 상응하는 자본 여력 확보 문제도 계속 과제로 남을 전망입니다.
산업은행 전경. (사진=산업은행)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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