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죽어야 관심 갖는다…사각지대 놓인 청소년 정신건강
(토마토건강)자해는 도와달라는 신호…청소년 위한 실질 대책 시급
2026-06-17 16:29:54 2026-06-17 16:50:50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청소년 자해·자살 예방을 위한 정신건강 관리에 실효성 높은 해법이 시급히 요구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왔습니다.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교권보호국’이 응징하며 해결책을 찾아준다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소재 일부가 실제 사건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실에서는 드라마와 달리 속 시원한 해법이 요원해 보입니다. 증가하는 학교폭력은 청소년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청소년들의 자해 및 자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청소년 자살자 동기는 정신적 문제가 55.6%로 가장 높았습니다. 질병관리청의 제15차 국가손상종합통계에서도 2023년 소아청소년 사망의 53.9%가 ‘자해·자살’ 때문이었고, 이로 인한 청소년 사망률은 약 75%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자해 및 자살 예방을 막기 위한 1차 조치가 정신건강 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입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십대 정신건강 리포트’를 통해 자해·자살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미래세대의 정신건강 실태와 원인, 해법을 찾습니다. 
 
청소년 자해 및 자살 예방을 막기 위한 1차 조치가 정신건강 관리에 달려 있는 만큼 전문가들이 이를 위한 실효성 높은 해법 마련을 당부했다. (사진=김양균, 제미나이)
 
“자해는 SOS 신호”
 
국내 청소년 자살 연구 권위자인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십대들이 자해와 자살을 시도하는 이유가 괴로운 감정을 아픔으로 해결하기 위한 심리라고 설명합니다. “자해하는 십대들은 주변에 본인이 ‘이만큼 아프다’는 것을 이해받길 원합니다. 힘들고 불쾌한 감정에 대해 자해를 통한 아픔으로 해결하려는 겁니다. 고무줄 튕기기나 얼음 깨물기로 자해를 대체할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자해는 한 번 하면 계속 이어지기 쉽습니다.” 제15차 국가손상종합통계에 따르면, 2023년 소아청소년이 자해 및 자살 손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건수는 3만3233건입니다.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이용자는 2만8620명, 중증손상 환자도 1만458명에 달했습니다. 
 
보건복지부 2023 자살실태조사에서도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3만665명 중 10대는 14%(약 4294명)로,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홍 교수는 청소년 자살 사망자 10명 중 8명 가량이 첫 번째 자살 시도로 사망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그는 “첫 번째 자살 시도로 사망한 아이들은 표시가 나지 않아 유족 등도 ‘그럴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다”며 “자해 등 자살 시도자는 본인이 죽고 싶다는 표현, 일종의 소통으로 ‘도와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녀가 자해나 자살을 시도하면 부모는 당황해 그 행동의 숨은 의미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본인이 부모를 힘들게 한다며 자책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십대들은 병원에서 자해 충동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으며 의료진이 이를 들어줘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홍 교수는 “일단 자녀가 자해를 하면 부모는 당황하거나 본인들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녀와 소통할 감정적 여력이 없는 경우가 발견된다”며 “자해는 자기표현의 일환일 수 있어 도움을 요청하는 자녀의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십대들이 자해와 자살을 시도하는 이유가 괴로운 감정을 아픔으로 해결하기 위한 심리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한 십대의 모습. (사진=김양균)
 
성인 대비 청소년 정신건강 관리는 뒷전
 
통계청과 복지부 등에 따르면, 자해 손상은 지난 2014년 전체 손상 환자 중 0.4%에서 2024년 4.9%로 10배가량 증가했습니다. 2024년 자살로 숨진 학생은 221명으로 2017년보다 2배가량 늘었습니다. 같은 해 기준 19세 이하 사망의 중 가장 높은 원인은 ‘자살’(46.1%)로 가장 높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전달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15개 부처가 참여하는 10대 청소년 자살 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간 청소년 자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신건강 관리가 미진했고, 정책 실효성을 위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홍현주 교수는 “한 해에 19세 이하 자살 사망률이 성인 대비 2~4%의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인 탓에 관련 정책이 상대적으로도 뒤로 밀리는 측면이 있었다”며 “청소년 자살 사망은 교육부 현안이지만 관련 전문성 역량에서 대응이 쉽지 않았으며, 복지부는 자살 및 정신건강 대책을 총괄함에도 청소년은 타 부처 관리 사안이라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심각성은 인지해도 시스템과 예산 연결은 이뤄지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모든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강력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황태연 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한서중앙병원 진료원장)은 여성 청소년 자살률이 유독 높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여성 청소년 대상 온라인 성 착취 등 성범죄는 늘어났음에도 그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관련 핀포인트 정책이 나와야 하며, 교육 예산을 조정해 청소년 자해 및 자살 방지 예산 편성 등 관련 정책 시행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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