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독대부터 트럼프 만남까지…유럽서 선보인 '한반도 구상'
유럽 각국 양자 회담…EU '철강 무관세 쿼터' 기대감
중동 이후 북·미 대화 주목…한반도 구상서 진전
2026-06-17 23:00:00 2026-06-17 23:00:00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 로얄호텔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념 음악회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벨기에와 이탈리아·바티칸을 거쳐 프랑스까지 이어진 8박 10일의 첫 유럽 순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외교 지평을 유럽으로 확대했습니다. 특히 레오 14세 교황과 단독 면담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깜짝 환담까지, 이번 유럽 순방은 '한반도 구상'에 대한 진전도 부각된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에서 레오 14세 교황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벨기에·이탈리아·바티칸 거쳐 G7…경제 협력도 성과
 
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끝으로 유럽 순방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벨기에에서 첫 유럽 순방을 시작한 이 대통령은 한-벨기에 정상회담과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소화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배터리·소재·에너지 분야 협력에 대한 뜻을 모았습니다. 특히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에 공감대를 이뤘습니다. 
 
EU와 가진 정상회담에서는 EU 측의 철강 관세 대폭 인상 조치에 대한 우리 측의 입장이 전달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숨통을 트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회담 도중 철강 무관세 쿼터(TRQ) 확보 문제와 관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한국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EU 측은 '긍정 검토'를 약속했고, 청와대도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제 협력에 대한 논의는 이탈리아에서 본격화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국방, 인공위성, 우주 등 첨단산업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를 논의했습니다. 특히 한-이탈리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이 열리며 양국 경제계 인사들이 마주했습니다. 이때 위성 시장과 AI 데이터 센터 등이 협력 분야로 떠올랐습니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캐나다·독일과도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는 "방산 강국이자 첨단산업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야말로, 캐나다의 방산 역량을 강화하고, 에너지 강국으로의 발전을 도울 최적의 파트너라 확신한다"며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선정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G7 정상회의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업무 오찬에서는 AI 혁신 촉진을 위한 기업의 역할과, AI 혜택의 확산에 대한 비전도 공유했습니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한국의 외교는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이고 유럽과 글로벌한 차원으로 뻗어나가 더 넓은 연대와 더 깊은 협력을 지향하게 될 것"이라고 이번 순방의 의미를 짚은 바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교황 방북 '가능성'…트럼프 "북핵 해결"
 
이번 유럽 순방에서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이재명정부의 집권 2년 차 구상이 '가능성'을 보인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5일 이 대통령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대독으로 6·15 남북 정상회담 26주년 기념식 축사를 전했습니다. 해당 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6.15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공존의 출발점이었다"며 "평화공존이야말로 남북 모두가 상생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화와 협력에 대한 어려움에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바티칸을 공식 방문한 이 대통령은 성 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특별 미사에 참석해서도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가겠다"면서 "정전 상태를 넘어,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레오 14세 교황과 30여분간 단독 면담을 갖고 방한에 대해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2027년 서울에서 세계청년대회가 열릴 예정인데, 이 자리에 교황의 방한을 요청한 겁니다. 
 
위 실장에 따르면 해당 면담에서 양측은 남북이 대화와 화해, 협력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고,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특히 이번 면담을 통해 레오 14세 교황의 방북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유흥식 추기경과 만남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오시는 길에 북한도 한번 들러보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거론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파롤린 국무원장과의 면담에서도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다만 지난 2018년 문재인정부 당시 남북 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도 교황의 방북 구상이 거론된 바 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서 무산됐습니다. 외교가에서는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대한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고 있습니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환담'도 있었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주요 7개국 정상회의 단체 촬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의 근황을 물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해결한 것처럼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화답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과 종전 합의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018년 가진 제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산책하는 사진을 올려 북·미 대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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