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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지도 않고 단죄하는 사람들

처음부터 볼 생각은 없었다. 영화 《암살자(들)》을 보게 된 건 주진우 의원의 비판 때문이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저렇게까지 반발하는지 궁금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2005년 MBC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도 찾아봤다.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이니 영화 역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했다.

막상 보고 나니 예상과 달랐다. 영화는 동성일보 기자들과 유해진이 연기한 형사 철구를 중심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이들과 이를 막으려는 중앙정보부의 대립을 그린다. 영화를 보고 사건의 배후가 밝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영화가 제기한 의문 가운데 어디까지가 역사적 근거이고 어디부터가 창작인지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성 기자는 10월 8일 한겨레 칼럼에서 영화에 대한 공격을 반달리즘의 관점에서 다뤘다. 박재우씨는 10월 14일 관람기에서 영화의 역사 해석과 서사 구성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두 글을 읽으며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고 느꼈다. 작품의 역사 해석을 비판하는 것과 작품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단죄하는 것은 다르다.

나 역시 영화에 아쉬운 대목이 있었다. 특히 철구가 중앙정보부의 압박 속에서도 수사를 이어가는 장면은 개연성이 충분한지 의문이 들었다.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하고 수사를 방해할 정도였다면, 현장을 담당한 형사가 어디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철구가 수사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했던 위험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으면 관객은 그의 행동을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철구는 극적 구성을 위해 만들어진 인물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인물의 행동에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중앙정보부의 감시와 압박이 얼마나 강했는지, 철구는 어떤 이유로 수사를 멈추지 않았는지 보여줬다면 갈등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삼은 영화라면 역사적 개연성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개연성도 비평의 대상이 된다. 나 역시 그 기준으로 영화를 봤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당시 수사 당국은 문세광의 범행 배후로 북한과 조총련을 지목했다. 이후 사건의 경위와 배후 관계를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제기됐지만, 의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설명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보부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건의 배후였다는 주장을 확정된 사실처럼 말할 근거도 없다. 그렇다고 공식 수사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다른 질문을 금지할 수도 없다. 영화가 제기한 의문 역시 자료와 증언을 통해 검토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판의 근거다. 고증이 잘못됐다면 어느 장면이 어떤 자료와 어긋나는지 밝히면 된다. 인물의 행동이 비현실적이라면 어디에서 개연성이 무너지는지 지적하면 된다. 이런 비평은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의 성취와 한계를 제대로 평가하는 과정이다.

정치권의 비판도 마찬가지다. 영화의 역사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고, 관람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채 제작진을 공격하거나 상영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비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듯 창작과 관람의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 정치적 반감이 작품에 대한 비평을 넘어 창작 자체를 위축시키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

나는 정치인의 비판 때문에 극장을 찾았다. 영화를 보고 모든 해석에 동의하게 된 것은 아니다. 철구의 수사 과정은 더 설득력 있게 그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허점을 발견한 것도 직접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만 듣고 작품을 외면했다면 무엇이 부족한지 내 판단으로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다룬다고 해서 모든 설정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역사 해석에 논란이 있다고 해서 작품 전체를 부정하거나 창작자를 공격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작품이 잘못됐다면 근거를 들어 비판하면 된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단죄하는 것보다 직접 보고 허점을 짚는 일이 더 정당하다. 비판은 작품을 외면하는 데서가 아니라, 제대로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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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짜
짜고미 G · 어제

몰입도 있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영화 케네디 암살을 다룬 JKF는 훨씬 유명하지만 영화자체는 늘어지고 지루하기까지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