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건강 요양차 내려가 있는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주의 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맑은 바람이 무척 세차게 불어서 바람의 제주도가 맞다고 맞장구를 치다가 넘치도록 많은 제주의 중국인들, 특히 그들의 무례한 행동에 관한 이야기로 옮아 갔다.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러 온 사람들이 정작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과 함께 여행하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보이지 않는다. 관광지의 무질서, 지역 주민의 불편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의 무비자 입국 제도는 관광 활성화에 기여해 왔지만, 관광객의 양적 증가가 상호 존중과 책임의 성숙까지 보장하지는 않고 있다.
몇몇 관광객의 행동을 중국인 전체의 국민성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낯선 장소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공공의 규칙을 지키는 태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묻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한 사회의 현재를 이해하려면 그 사회가 겪어 온 역사적 단절과 가치관의 변화도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의 문화적 변화를 이해하는 데 문화대혁명은 중요한 출발점이다. 10여년 동안의 문화대혁명은 중국의 정치적 투쟁을 넘어 교육과 문화, 가족관계와 일상생활에까지 깊은 상흔을 남겼다. 기존의 문화와 권위가 공격받고 정치적 구호가 개인의 판단을 대신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했으며, 일상의 관계마저 정치적 충성의 잣대로 재편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문혁의 경험이 중국 사회와 문화에 남긴 흔적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접근이다.
이 문제를 문학적으로 가장 깊이 파고드는 작품 가운데 하나가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高行健)의 『한 사람의 성경』이다. 작품은 문화대혁명기의 폭력과 억압을 개인의 기억과 내면을 통해 되짚는다. 집단의 이념이 절대적인 진실을 자처할 때 개인의 양심과 경험은 어떻게 훼손되는가. 살아남은 사람은 자신이 겪은 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언어로 되찾을 수 있는가. 가오싱젠은 서술 시점과 인칭을 실험하며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 거리를 만들고, 집단의 공식적인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개인의 진실을 탐색하여 중국의 현대사를 외부에서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역사가 한 인간의 내면에 남긴 흔적을 들여다보았다.
다이 시지에 (戴思杰)의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는 문화대혁명기에 산골 마을로 보내진 두 청년이 몰래 구한 서양 문학을 통해 통제된 현실 너머의 세계를 발견한다. 또 한 바느질 소녀가 문학을 접하며 자신의 미래를 새롭게 생각하고 결국은 그 마을을 떠나게 되는데 그녀가 외부에서 주어진 규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님을 단호히 보여 준다는 평을 받는다. 정창 (張戎)의 회고록 『대륙의 딸들』은 이러한 질문을 여성 세 세대의 역사로 확장한다. 외할머니와 어머니, 작가 자신의 삶을 통해 봉건적 관습과 혁명, 정치적 숙청과 문화대혁명이 가족과 개인에게 남긴 흔적을 기록한다. 거대한 역사는 정치 지도자와 국가의 결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한 여성의 결혼과 가족관계, 생존과 침묵, 일상에서 경험하는 두려움과 선택으로 구체화된다. 이 작품은 중국을 하나의 단일한 문화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도 일깨운다. 세대와 지역, 계층과 개인의 경험에 따라 중국 사회를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의 가을을 이야기하다 중국인 관광객의 태도를 이야기하고, 다시 문화대혁명을 다룬 세 작품으로 생각이 이어진 것은 우연만은 아니다. 여행은 타문화와 직접 마주하는 일이며, 문학은 그 만남에서 생긴 의문을 역사와 인간에 대한 질문으로 발전시키는 통로다.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행동은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비판이 한 국민 전체에 대한 낙인으로 끝난다면 우리는 이해의 기회를 잃는다. 반대로 역사적 배경을 살핀다는 이유로 현재의 무례함이나 피해를 무조건 용인해서도 안 된다.
한국 현대사를 이해할 때 유신체제와 민주화운동을 외면할 수 없듯,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려면 문화대혁명과 그 이후의 사회적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 세 작품이 중국 사회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열쇠는 아니지만, 공식적인 국가 서사만으로는 볼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게 한다. 서로의 역사와 기억을 읽는 문학적 노력은 제주에서의 작은 불편을 넘어, 한국과 중국이 편견을 줄이고 상호 존중의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