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GDP, 50년만 최대…'반도체 초호황' 역설
'반도체 수출'에 명목 성장률 10.5%… 1인당 GNI '4만달러' 눈앞
성장 이면엔 'K자 양극화' 심화…대·중소기업, 고·저소득층 격차 ↑
2026-06-09 17:46:45 2026-06-09 18:32:2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경제 성장의 척도인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당초 집계치보다 0.1%포인트 높아졌고, 경제 체급을 파악하는 지표인 명목 GDP는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명목 GDP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 진입 시점을 앞당길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습니다. 중동 전쟁 여파에도 반도체 덕분에 경제 성장의 청신호가 켜진 것입니다. 하지만 청신호 이면에는 한국 경제의 그림자도 어른거립니다. 가파른 성장세 뒤에는 반도체와 비반도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등의 격차가 커지며 'K자 양극화'가 한층 더 짙어졌습니다. 거시지표 훈풍에 이재명정부의 경제 운용 동력을 얻으면서도 심화된 양극화 문제에 고민의 깊이도 깊어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K자 양극화가 이어질 경우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반도체 초호황이 장기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분기 실질 GDP 1.8%…당초 집계보다 0.1%p 상향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1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4월 발표한 속보치(1.7%)에 비해 0.1%포인트 상향 수정된 수치입니다. 실질 GDP가 오른 것은 설비투자(6.6%)와 민간소비(0.6%)가 속보치 대비 각각 1.8%포인트, 0.1%포인트 더 증가한 영향이 컸습니다. 한은은 속보치에 담지 못했던 1분기 최종 월인 3월 일부 실적이 추가로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1분기 성장률은 2021년 4분기(1.8%)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입니다. 성장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입니다. 수출은 전 분기 대비 5.9% 증가하면서 성장률 기여도에서 1.1%포인트를 차지했습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성장률 기여도에서 0.7%포인트로 집계됐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1분기 명목 GDP(잠정치) 수치입니다. 명목 GDP는 전 분기 대비 10.5%로 집계됐는데,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지난 1976년 1분기(13.0%) 이후 50년 만입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17.1% 성장했는데, 이 역시 1995년 3분기(19.2%) 이후 최고치입니다. 명목 성장률은 실질 성장률에 물가 변동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 즉 시장가격을 반영해 산출합니다. 
 
명목 GDP가 확대된 것은 피용자보수가 제조업 임금 상승 등으로 전 분기 대비 4.0% 증가했고, 총영업잉여가 제조업과 금융 등을 중심으로 17.0%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수출 가격이 오른 점이 명목 성장률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올해 1분기부터 분명하게 나타나는 명목 GDP 성장세 확대는 국내 물가 상승이 아닌 우리 수출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전반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인 GDP 디플레이터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9% 상승했습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와 실질 GDP의 차이를 통해 인플레이션 수준을 보여줍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내수 디플레이터는 2.1% 상승에 그친 반면, 수출 디플레이터는 23.5%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반도체 수출 가격이 급등한 만큼 수출 디플레이터도 급등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성장…"외형적 성장 아닌 질적 성장해야" 
 
올해 1분기 실질 GNI 역시 647조원으로 전기 대비 9.2% 증가하며 실질 GDP를 큰 폭으로 상회했습니다.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로,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되고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더불어 지난해 1인당 GNI는 3월 속보치보다 15만4000원 늘어난 5257만원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습니다. 달러 기준으로는 3만6963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 부장은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 4만달러 달성 가능성은 더 커졌다"며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는 앞당겨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도 "환율 상황 등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제는 반도체 초호황으로 거둔 성과 뒤에는 어른거리는 그림자도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성장세가 확대되면서 세수 증대는 물론, 소비 확대 등 실물경제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가파른 명목 GDP 증가세가 국내 소비자물가에 얼마나 상승 압력을 가할지는 우려의 대목입니다. 여기에 성장의 과실이 한쪽으로만 치우치며 우리 경제의 양극화가 한층 심화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실제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은 877억5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습니다. 5월 수출 신기록의 주역은 반도체인데, 반도체 수출은 37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9.4%나 급증했습니다. 수출의 40% 이상을 반도체가 이끌면서 비반도체 산업과의 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가계의 실질소득 역시 양극화가 심화했습니다. 국가데이처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계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462만9000원인 가운데, 상위 10% 고소득층의 월평균 소득은 1538만원인 반면, 하위 10% 저소득층은 73만원에 그치며 격차가 더 확대됐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경제를 견인하면서 화려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 이면엔 기업·가계의 양극화 심화 등 우리 경제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하반기 물가와 금리가 상승하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물론, K자형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는 집권 2년 차를 맞은 이재명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임과 동시에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역대 최대 실적의 수출은 특정 품목에 편중된 구조로, 수출 경쟁력이 과대평가될 우려가 있다"면서 "고환율로 수입물가가 오른 상태에서 하반기 금리 인상까지 이뤄지면 서민경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외형적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며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서비스업 등을 지원함으로써 수출 성과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6년 1분기 국민소득'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준영 국제수지팀 과장, 유성욱 금융통계부장, 박성곤 국제수지팀장, 임연빈 국제수지팀 과장.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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